가난한 사랑 노래 - 신경림

2003/12/05 22:07  읽기 |

2003-12-05 오후 10:07:58
 
가난한 사랑 노래


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
너와 헤어져 돌아오는
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
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
두 점을 치는 소리
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
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.
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
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
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
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.
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
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
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
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.
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
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
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.
 

신경림-


~

가난한 사람에게 시집 온 신부는 사랑이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. 여유로운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아온 신부, 신부의 눈으로 보는 겨울은 소복소복 하얀 눈이 그리운 계절, 가난한 신랑의 눈엔 홀어머니 모시고 차가운 방바닥에 연탄불이라도 지펴야 날 수 있는 계절, 그러나 열장도 남지 않는 연탄, 막노동으로 살아가는 신랑은 가난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. 처가의 도움 없이도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. 그러나 가난과 사랑은 동화속에나 나오는 철부지 소꿉놀이 아닌가요? 지금도 신부는 사랑이란 가난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. 가진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이에게 선뜻 일생을 함께하자고 다가온 신부는 나의 천사일까요?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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